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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지원

동서교역과 물류의 중심지 우루무치

 

아까부터 비행기는 사막 한 가운데를 날고 있다. 조그맣게 난 창 가까이로 얼굴을 들이밀면 치솟는 듯 흘러내리는 듯 형체가 분명하지 않은 사막들이 끝없는 지평선을 만든다. 모래사막 보다는 대부분이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막. 바위가 솟아오른 길 없는 땅이기에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광활한 미지의 공간이다. 사람들은 이 곳을 고비사막이라고 불렀다.

“사막은 아름다워,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 어린왕자는 이렇게 말했었지. 한없이 감상에 빠져있을 무렵 잠시 후 우루무치에 착륙한다는 기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낮 12시 인천공항을 출발, 북경을 경유하여 우루무치에 오기까지 장장 7시간. 지도를 펼치고 대한민국에서 왼쪽으로 손가락을 훑어가자 중국 내륙을 한참 지나 서쪽에 위치한 ‘우루무치’ 네 글자가 보인다. 위쪽으로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탄, 몽골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신장성의 성도이자 다양한 민족들이 자리하고 있기에 뭐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한 도시. 실크로드의 여행자들이 꼭 한 번 들리고야 마는 우루무치의 뜻은 위구르어로 “아름다운 목장”.

10월 29일 아침 8시 여느 때와 같이 익숙한 휴대전화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은 언제나 상쾌하다. 호텔 방 창문을 통해 바라본 거리는 아직도 깜깜한 새벽이다. 우루무치는 해가 늦게 뜨는 지역이기에 사람들의 일과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된다.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석탄냄새가 차가운 공기에 실려 코 끝을 스친다. 신흥공업도시로 한창 발전 중인 우루무치는 공장이나 인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석탄연기로 공기는 썩 좋지 않은 편이다. 날씨가 춥다는 얘기에 미리 챙겨온 두터운 점퍼를 걸치고 전날 밤 야시장에서 사두었던 초콜릿 맛 호두를 한줌 주머니에 챙겨 넣으며 흡족한 마음으로 호텔방을 나선다.

 

신장성 최대의 화차 조합지역-서역 CY

아침 10시 버스를 타고 우루무치 서역 CY로 이동하는 중에도 차창 밖으로 펼친 색다른 풍경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흰색 사각모자를 쓴 구릿빛 피부의 위구르족을 볼 때면 콧수염과 오똑한 콧날로 이곳이 과연 중국인가 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건물의 꼭대기마다 뾰족한 첨탑이 올라와 있고 간판에는 중국어만큼이나 아랍어가 더 많이 쓰여 있다. 특히 곳곳마다 ‘OO물류(物流)’라고 쓰인 회사가 상당히 많았기에 우루무치가 중앙아시아의 물류전초기지인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한 40분 정도 지났을까 우루무치 서역 CY에 도착한다. 이곳 서역 CY는 총 20만평방미터에 달하는 광대한 부지이다. 울긋불긋 컨테이너들은 주로 1~2단으로 끝도 없이 널찍널찍하게 자리잡고 있다. 곳곳에 쌓여있는 현대(HYUNDAI), 서중물류(SJL), 우진글로벌(WOOJIN) 등 국내 물류업체들의 로고가 찍힌 컨테이너들이 반갑기만 하다. 멀리서 한 대의 지게차가 흙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온다. 이 지게차는 트레일러에 실린 섬유 벌크화물을 집어 컨테이너로 넣기 시작한다.

우루무치 서역은 신장성 최대의 화차(wagon) 조합지역이다. 연운항-청도-알라산커우를 잇는 주요 항로이기도 하다. 2008년 현재 우루무치 출발 수출화물은 컨테이너 770feu이며 벌크화물은 2250톤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루무치 CY는 지난 1992년 TCR이 개통되면서 함께 만들어졌고 화물적재 및 하역, 다수의 CY와 연결, 통관, 보관 등의 기능을 한다. 북역과 서역으로 나뉘어지며 서역은 국제운송이 필요한 컨테이너 물량을 주로 취급하고 북역은 국내물량을 취급한다. CY의 소유권은 우루무치 철도국에 있고 관리는 중국 철도부(CRCT)가 맡고 있다.

때마침 주황색 철도 겐트리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고 상차작업을 시작한다. 청도발 컨테이너들이 하나둘씩 알라산커우로 갈 채비를 한다. 중국 철도 관계자에 따르면 우루무치 서역 CY는 하루 400teu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매일 200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200개의 컨테이너를 내리는 것이다. 이중 20%가 TCR물량이다. 또한 총 5개 철로가 있는데 한 개 철로에서 주로 50량씩 작업한다. 매주 1회 알마티로 가는 국제 블록트레인이 운행되고 있으며 CY의 총 직원들은 150명이다.

현지 관계자에게 CY의 운송현황에 대해 묻자 “물량은 충분히 있어도 알라산커우 쪽에 자꾸 적체가 되어 원활히 운송되지 못할 때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우루무치 CY의 화물 증가량은 현재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주요 수출화물인 토마토케첩 물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중물류는 소유 컨테이너 1만여개 중 약 300개의 컨테이너를 이곳 CY에서 보관하고 있다. 서중물류의 유정옥 이사는 “서중물류가 공 컨테이너를 갖고 오는 기지가 바로 이 곳”이라며 “앞으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수출하는 원면을 화차가 아닌 컨테이너로 중국에 싣고 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목민의 숨결이 흐르다

갑자기 잘 달리던 버스가 멈췄다. 도로를 점령하고 유유히 지나가는 양떼 덕분이다. 양무리가 건너편으로 다 이동하자 버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신나게 달린다. 도로 양 옆으로 서서히 웅장한 산세가 드러난다. 척박한 돌산 사이로 어린 묘목들이 자라나고 낙타, 말, 소, 양, 염소 등이 자유롭게 노닐며 풀을 뜯고 있다. 점심식사를 위해 천산 근교에 위치한 ‘몽고바우’에 들어갔다. 몽고바우는 몽고식 텐트다. 이 곳은 중국 소수 민족 중 하나인 카자흐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주변 숲에는 양과 소들이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거나 낮잠을 자고 있다. 회색빛 흙과 황갈색의 침엽수 단풍 그리고 숲 사이로 뚫고 들어오는 햇빛에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일제히 반짝거린다. 햇빛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카자흐족은 막 삶은 따끈따끈한 양고기와 갓 짜낸 우유를 대접한다. 유목민의 숨결이 느껴지는 우루무치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목장이다.

드디어 천산에 도착했다. 바람이 차가워 점퍼를 챙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파른 암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산양 떼가 하얀 점처럼 오르락 내리락한다. 천지를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운행되나 이날은 관광객이 뜸해 중단됐다. 천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 다시 20분가량 걸어가야 한다. 천지입구 역시 특산품과 먹거리를 팔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위구르족의 주식인 ‘낭’(피자처럼 둥그렇다)을 입 속으로 삼키며 천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사계절 눈이 쌓여있는 천산천지(天山天池)

중국에는 2개의 천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백두산 천지, 나머지 하나는 바로 이 천산천지이다. 해발 1980m의 천지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청명한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싼 빽빽한 침엽수와 산봉우리마다 덮여있는 하얀 눈 그리고 푸르른 하늘을 보고 있자니 여기에 작은 초막이라도 짓고 싶은 심정이 든다. 빙하에 의해 형성된 호수로 전해지며 이곳의 물을 통해 우루무치의 사람과 농작물이 자라난다. 건조기후인 우루무치는 물이 귀한 도시이기에 천지가 바로 생명의 젖줄기인 셈이다. 천산천지의 풍경은 왠지 모를 꼿꼿한 기운이 느껴진다. 푸른 하늘이 별로 높아 보이지 않았던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천지에서 유람선을 타고 반대편에 내리면 이 지역의 신선이라 불리는 ‘서왕모’의 사원을 볼 수 있다. “동방 제일여신 서왕모선거주지”라고 천산 입구 건물에도 쓰여 있듯이 서왕모는 현지인들에게 신령한 존재다. 불사의 약을 가졌다는 서왕모가 천지에 내려와 가끔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또 기원전 1000년 주나라 목왕이 서쪽 지방을 여행할 때 서왕모가 연회를 베푼 장소라는 전설도 있다.

유람선에서 내려 높다란 계단을 올라가면 마치 무협영화에서 보는 것과 비슷한 도교사원이 나타난다. 가운데 벽에는 태극문양이 새겨져있으며 마치 금방이라도 각 문파 고수들이 총 집합하여 저마다 깃발을 세우고 금방이라도 무술 대결을 펼칠 듯 하다. 사원 맨 위까지 계단으로 올라가면 한눈에 천지를 조망할 수 있는데 흡사 알프스에 온 기분이다.

사원 입구에는 한다발 씩 향을 팔고 있다. 이에 중국인들은 거대한 향을 피우며 복을 빌기도 한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커다란 향을 두 손으로 곱게 쥐고 끝에 기름과 불을 붙여 곱게 쥐고 하늘을 향해 들었다 놨다 하며 허리와 머리를 깊이 숙여 기도를 하고 향로에 향을 꼽았다. 그 때 서왕모 형상이 모셔져 있는 신당 안에 앉아있던 회색 옷의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그에 맞춰 작은 종을 치기 시작했다.

 

[ 출 처 : 한국 해운 신문<2008.10.31> 강미주 기자 ]